10월부터 커지는 치매, 난임 치료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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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의료비 부담은 때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게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못내 방해하기도 한다. ‘비급여 항목’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을 절망케 했던 치매와 난임 치료에 이번 달부터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다.

난임 치료의 경우 그동안 1회 시술당 300~500만 원(체외수정)에 이르는 비용을 시술대상자가 모두 부담해야 했지만 건강보험 적용으로 이번 달부터 치료비 개인부담률이 30%로 감소했다.

체외수정은 최대 7회(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은 최대 3회까지 보장한다. 시술 과정에서 이뤄지는 처치 및 각종 혈액·초음파 검사 등 일련의 진료비용도 지원되며, 시술 과정에 필요한 약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일정 소득 이하에만 지원하던 난임시술지원 소득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소득 하위계층 지원금과 지원횟수도 늘린다.

지원 대상은 5만 명에서 9만6천 명으로 확대되며, 지원기준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00%이하(316만 원)까지 체외수정 3회에서 4회로, 지원금은 19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인상된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에 난임 센터를 확충해 난임 상담·시술·심리지원도 확대된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의료비 부담이 컸던 난임 부부들에게 난임 진료비 경감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세 차례의 인공수정 끝에 아이를 가진 친구는 그래도 본인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난임 치료를 하며 병원을 다니다보니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가 정말 많으며 인공수정 시도 이후 시험관시술에 돌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아이를 낳은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친구는 여전히 배란통으로 고생한다고 했다. 인공수정 시술 시 과배란을 시도하는 것이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시험관시술의 과정은 더욱 고통스럽다.

친구에게 얘기를 듣고서야 많은 난임 부부들이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시술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그럼에도 아이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서술한 일기들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들에게 이번 개정안은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난임 시술 지원 대상자는 만 44세 이하에 해당하며, 신청은 부인의 주소지 관할 시·군·구 보건소에서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번 달부터 최대 60% 수준인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도 산정 특례를 적용받아 10%로 인하된다. 또한 치매 종합 신경인지검사인 서울신경심리검사(SNSB), 한국판 CERAD 평가집 (CERAD-K), 노인인지기능검사(LICA) 등 3종이 새롭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간이신경인지검사(MMSE) 등 간단한 진단은 건강보험 급여가 그간에도 적용돼 왔으나 다양한 인지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신경인지검사는 고가의 비급여 검사로 그동안 환자에게 큰 부담이 돼 왔던 터다.

국내 치매인구는 70만 명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기타 치매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9,164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4,280명)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작년 여성의 10대 사망 원인 중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 국가와 지자체의 치료 지원을 받는 치매 등록 인구는 전체 환자의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회복될 수 없는 병이기에 노인성 치매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 치료·관리를 등한시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 후 약물을 복용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

어느 날 후배는 90세 할머니가 아무래도 치매가 온 것 같다고 비관했다. 가정 형편상, 할머니 연세가 연세인지라, 병원비 부담에 가족은 선뜻 병원행을 결정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 게 득이라고 그를 부추겼지만, 대학병원 문턱이 한없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었다.

치매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훼손시키는 비극적인 병이다. 주변에서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치매는 관리가 매우 중요한 병이다. 잘 관리될수록 환자 본인과 가족의 불행도 감소된다.

임상실험 결과가 아니고도 이런 사례는 이웃에서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조기에 치매를 진단 받고 꾸준히 약을 복용한 80대 이웃 어르신의 경우 진행이 더딘 반면, 훨씬 젊고 건강했던 70대 또 다른 이웃은 관리 소홀로 안쓰러울 만큼 급격히 치매가 진행됐다.

환자와 가족 모두의 존엄성까지 갉아 먹는 치매를 이제라도 의료보험 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든든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의료비 부담에 병원 문턱이 한없이 높기만 했던 환자들에게 10월부터 바뀌는 의료제도의 혜택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확대된 국가 의료보험의 혜택이 든든하다.

치매도 난임도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강도 높은 비중의 문제이다.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앞으로도 우리 정부가 심도 깊은 고민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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